MEMORIAL STORY

기념관 사람들

흔히 한류라고 하면 케이팝이나 드라마를 떠올리지만, 브레이킹은 새롭게 떠오르는 한류 열풍의 강자다. 우리나라 대표 비보이로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전쟁기념관 홍보대사 홍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희연 / 사진 송인호

전쟁기념관과 닮은 브레이킹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한국인’으로 통하는 비보이 홍텐(김홍열)은 브레이킹계의 리빙 레전드로 꼽힌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브레이킹을 접한 후 브레이킹 외길을 걷고 있는 그는 현재 플로우엑스엘(FLOWXL)과 세븐 코만도즈(7commandoz), 레드불 비씨 원 올스타즈(Red bull BC One All Stars)에 소속되어 있다. 각종 스케줄로 바쁜 홍텐이 2020년 1월부터 전쟁기념관 홍보대사로도 활동한다고 했을 때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처음 홍보대사 제안을 받고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는 홍텐. 하지만 뉴욕 브롱크스(South Bronx) 지역의 한 클럽에서 음악이 끊긴 부분, 즉 비트(beat) 구간에 춤을 추며 시작된 브레이킹의 유래에서 전쟁기념관과의 연계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브레이킹은 브롱크스 지역의 아프리카 아메리칸(Africa-American)과 히스패닉(Latino) 간 영역 쟁탈전에서 ‘피 흘리지 않는 평화로운 해결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비보이들의 경연이 ‘배틀(battle)’,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보이(b-boy)는 음악이 끊긴 부분에 나와서 춤을 추는 소년(break-boy)이라는 의미 이외에도 브롱크스 출신(Bronx-boy)으로 배틀이라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영역 쟁탈전을 벌이던 소년(battle-boy),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beat-boy)이라는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브레이킹과 전쟁에 대한 아픈 기억들을 기록하면서도 추모와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전쟁기념관이 모두 ‘평화와 화합’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레이킹으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 전달

최근 브레이킹이 2024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제도적이고 행정적인 지원 없이 성장하여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1세대 비보이들은 특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마음이 들뜰 법도 하지만 홍텐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한국 비보이들의 활동은 세계 브레이킹 역사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꿈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많은 비보이가 브레이킹 현장을 떠났기에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더더욱 우리와 같은 삶을 강요하거나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항상 우리 다음 세대의 비보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브레이킹’이라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브레이킹 문화의 저변이 확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홍텐은 크루들과 함께 전쟁기념관 곳곳을 보여주는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전쟁기념관을 누비며 멋진 브레이킹 퍼포먼스를 보여준 그는 영상 촬영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음에도 전쟁기념관의 공간과 기록을 살펴보는 데 눈길을 빼앗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평화로운 일상의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을 대가로 지불하고 얻게 된 것인지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고.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코로나19가 시작되어 본격적으로 활동하진 못했지만, 전쟁기념관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저는 세계 곳곳의 브레이킹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운이 좋아서, 정말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전쟁기념관이 전하고자 하는 ‘평화와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서울 용산, 한국이라는 지역적이고 지리적인 한계를 넘어 제가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배틀, 공연 등 제가 실현할 수 있는 예술의 또 다른 형태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