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AL STORY

박물관 탐방

오랜 기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만큼 도시 전체가 보물로 가득한 곳은 없을 것이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첨성대, 대릉원 등 교과서에서 보았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첨성대를 지나 신라 천년의 문화유산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을 다녀왔다.

이선희_전쟁기념관 학예연구사

학예사들의 고민이 느껴지는 공간

국립경주박물관은 광복 후 국립박물관이 개관함에 따라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을 접수하여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으로 탄생하였다. 이후 우리나라의 첫 발굴인 호우총·은령총 발굴에 참여하며 경주 지역의 문화재 보존에 힘써왔다. 현재 경상권 대표 국립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한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상권 종합 수장고와 함께 상설·특별전시관, 어린이박물관, 옥외전시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상설전시 공간인 신라역사관과 권역 수장고인 신라천년보고를 둘러보았다.

신라역사관에는 구석기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천년 동안 이어진 신라의 유산들이 시간 흐름에 따라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호텔 로비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찬란했던 신라의 문화를 상징하듯 내부는 밝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금관, 불상, 이차돈 순교비 등 ‘신라’ 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중 ‘신라의 미소’로 알려진 얼굴무늬 수막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커다란 전시 진열장이 벽 한 면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얼굴무늬 수막새가 홀로 전시되어 있었다.

설명 패널이나 다른 유물을 함께 배치해 관람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관람객이 그저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전시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신라-경주라는 지역문화에 기반한 대표 유물의 콘텐츠화, 관람객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 하나의 유물을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도록 연출한 전시에서 관람객들에게 주제를 어떤 방법으로 전달할지 고민한 학예사들의 노고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유물이 가진 힘

신라역사관에서 나와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열린 수장고인 ‘신라천년보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라천년보고는 2019년 5월 개관한 경상권 종합 수장고로, 내부 관람이 가능한 전시 수장고, 전시실, 소장품 등록실, 열람실이 있으며 총 9개 수장고와 문화재 소독실, 촬영실, 아카이브 자료 보관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 수장고에 들어가기에 앞서 로비 전시실을 둘러보았는데, 이곳에는 유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오리엔테이션’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 직물, 나무, 금속등 문화재 재료의 특성부터 보존 처리 방법, 재질에 따른 조명과 조도, 전시진열장에 사용되는 자재까지 상세하게 안내해주고 있었다. 로비 전시실을 관람하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전시 수장고로 이동하게 된다. 전시 수장고에서는 수장고와 전시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유물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전용 보관시설임과 동시에 일반인들도 출입하여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 전시실처럼 토기와 기와, 주요 사찰 출토 유물, 신라 왕경 유적 출토 유물 등 주제에 따라 유물이 보관되어 있으며, 진열장마다 QR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유물에 대한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수장고를 관람한 후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 소장품 등록실이 나온다. 박물관에 입수되는 모든 유물은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하는데, 유물 분류 및 실측, 상세 특징 기입, 유물번호 표기 작업 등이 이루어진다. 박물관에 유물이 들어와서 수장고에 보관되기까지의 등록 과정을 일반 관람객들도 볼 수 있게 등록실 일부가 공개되어 있다. 신라천년보고는 유물의 특성부터 유물이 등록되는 과정, 유물이 보관되는 공간인 수장고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는, 마치 특별전시관 같은 수장고였다.

신라역사관과 신라천년보고를 관람하면서 유물, 콘텐츠, 문화에 관련된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신라’라는 특색 있는 지역문화를 콘텐츠화한 연출, 상징성·대표성을 지닌 유물의 전시를 보며 천년 전 경주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이처럼 상상의 날개를 펴 그 시대를 만나게 하는 것이 바로 유물이 가진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