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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9일, 국립중앙박물관은 ‘디지털 전략 2025’를 발표했다.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대응해 박물관에서도 적극적이면서 구체적인 디지털 플랜을 수립한 것이다. 이 계획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새로운 생활방식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고, 디지털 전환이 핵심 미래성장동력 요소로 등장함에 따라 수립되었다. 핵심 전략은 디지털 인력 강화 및 빅데이터 체계 구축을 기반으로 기존 디지털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는 산학연 협업을 통해 발굴해나가는 것이다.

최희수_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전공 교수

박물관의 디지털 전략

‘디지털 전략 2025’는 연도별로 주요한 추진 계획들을 수립했는데, 계획대로라면 2025년까지 실감콘텐츠, 통합교육 플랫폼 구축, 문화유산표준관리시스템 업그레이드, 디지털 보존과학 시스템 구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큐레이션 지원 시스템 구축, 문화유산과학센터 건립, 아카이브센터 구축,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확대 등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그야말로 기존 박물관이 대대적으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진행될 사업의 내용이다. 연말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및 13개 소속박물관에 실감콘텐츠체험관이 조성되어 실감콘텐츠 54종이 구축된다. 또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 안에 국립중앙박물관을 구축하여 새로운 온라인 가상 박물관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버스가 박물관에도 도입되는 것이다. 도대체 메타버스가 무엇이길래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도입하는가.

국립중앙박물관 실감영상관(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메타버스(Metaverse)와 공간 플랫폼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즉 초월적인 세계, 가상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단순히 가상적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밀접한 연관을 맺은 가상적 세계를 뜻한다. 즉, 가상과 현실이 상호 작용하여 공간화하고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며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공간 창출이다. 그 때문에 많은 메타버스 서비스 회사들이 가상공간을 플랫폼으로 구축하여 이용자들이 자신들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도록 제공해준다. 대표적인 것이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의 로블록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인크래프트, 네이버의 제페토, 에픽게임스의 포트나이트, 닌텐도의 동물의 숲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우리에게 익숙한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차트 1위곡 ‘Dynamite’는 댄스 버전을 발표하면서 방송이나 콘서트가 아닌 포트나이트 플랫폼을 이용했다. 즉, 가상 세계에서 발표한 것이다. 미국의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는 로블록스에서 가상 콘서트를 개최하였는데, 이틀간 3,300만 명이 관중으로 참가하였다.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이다.

포트나이트 공식 웹사이트(출처: 포트나이트)

비대면 사회와 기술의 진화:
메타버스의 활성화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등장 한지 벌써 30년이나 지났는데 왜 이제야 메타버스가 부각되었을까. 메타버스에는 크게 4가지 요소가 있다. 현실에 가상을 덧붙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현실을 가상으로 구현한 거울세계(Mirror World), 게임 등으로 구현된 새로운 가상세계(Virtual World),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생성되는 생활데이터(Life Logging)가 그것이다. 이 4가지 요소는 독립적으로도 활용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시너지를 창출한다.

4가지 요소를 실현하는 데는 몇 가지 범용기술이 필요하다. 그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기술이 진화된 것들이고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무엇보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확장현실 기술들이 있다. 그리고 빅데이터나 블록체인과 같이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 기술, 데이터를 교환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5G와 같은 네트워크 기술,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 기술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범용기술들은 코로나19 시대에 언택트(Untact)를 온택트(Ontact)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들이며 이로 인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문화공연 분야, 스포츠 분야, 관광 분야, 패션 분야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은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세계적인 브랜드 구찌, 나이키, MLB 등이 제페토에 입점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순천향대학교의 메타버스 입학식, 건국대학교의 메타버스 축제,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구단의 메타버스 출정식 등은 과거 오프라인 이벤트들을 온라인상에서 실행함으로써 만날 수 없는 현실에서 온택트를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 4대 요소(출처: 네이버 포스트)

실감을 넘어선 체험:
메타버스 속의 박물관

그렇다면, 박물관은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박물관들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이 널리 사용되면서 이미 온라인 박물관은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온라인 박물관은 박물관의 전시내용과 유물을 온라인으로 옮겨 왔을 뿐 박물관 관람의 효과를 제대로 내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박물관들이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는 실감콘텐츠 제작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실감콘텐츠는 평면이 아닌 입체효과를 기본으로 하며, 유형은 대체로 3가지이다. 하나는 유물을 초고화질 이미지 또는 영상으로 제작하여 유물의 디테일을 극대화하는 것이고, 하나는 가상현실을 이용해 현재 볼 수 없는 대상물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가상현실에 체험요소를 넣는 방식이다. 실감콘텐츠는 대체로 감상이 관람의 주된 목적인 유물에 적합하다. 그렇다면 박물관 전시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체험할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실제로 박물관에 방문해 관람할 때도 체험해볼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차별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메타버스 플랫폼의 활용이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의 창출이 핵심이다. 여기에 박물관 전체 또는 개별 전시실별로 공간을 생성할 수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을 전시실에 진열하고 이곳에 방문한 이용자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해줄 수 있다.

단지 가상 전시실의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보자. 박물관 관람자가 모바일이나 PC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설정하고, 박물관 가상공간에 입장한다. 가상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아바타의 눈높이에서 전시공간을 살펴보는 가상투어가 시작된다. 박물관 관람을 하듯이 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물을 제작한 장인이나 사용한 인물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도 있다. 더 상세한 내용을 원하면 정보를 검색할 수도 있고, 어떤 유물은 도구처럼 사용해볼 수도 있다. 다른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토론을 할 수도 있고, 관심 있는 유물과 유물 관련 정보를 저장해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공유할 수도 있다.

순천향대학교의 메타버스 입학식(출처: 월요신문)

진화하는 박물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

전시 도중이나 관람 후에는 전시도록을 전자파일 형태로 구매하거나 유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문화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자신이 직접 해설사가 되어 안내를 해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전시공간의 유물 배치 등을 큐레이션해서 자신만의 전시공간을 꾸며볼 수도 있다. 사건을 중심으로 한 전시공간에서는 사건의 진행 과정을 참관할 수도 있고, 직접 참여해볼 수도 있다. 여기에는 게임 방식을 적용해 재미요소를 추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현된 박물관 가상공간 안에서 가능해진다.

여기에 데이터 기술을 접목하면, 관람자가 어느 전시실에서, 어떤 유물에, 어떤 관심과 행동을 보였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유물을 유심히 오랜 시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했다든지, 아니면 사진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다든지, 또는 정보검색을 해보았다든지 하는 데이터이다. 이를 기반으로 딥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관람자의 성별, 연령, 거주지 등과 결합하면 박물관 관람자별로 맞춤형 전시공간 설계가 가능해진다. 문화상품, 교육, 마케팅 등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로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쉽게, 편하게, 재밌게”

‘디지털 전략 2025’의 모토이다. 박물관의 디지털 전략이 진행되면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쉽고 편하고 재밌게 박물관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박물관은 물리적인 공간을 기반으로 하지만 메타버스 기술을 박물관에 도입하면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획기적인 공간설계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기존 박물관에서 느낄 수 없었던 체험 요소들을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관련 박물관과의 전시 연계도 자유롭고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인간과 시간과 공간을 결합하여 새로운 경험을 창출해내는 기술이다. 박물관 전시공간에 펼쳐지는 인간, 시간, 공간들을 자유롭게 결합해 새로운 체험을 함으로써 기존 방식과 달리 지식과 정보를 재미있게 획득하고, 또 그것을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 확산하는 방식이 널리 퍼지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박물관은 소장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 현대적 의미를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기반 박물관 전시 김경숙 작가 ‘소원展’
(출처: 경향신문)